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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오솔길

장미 장미 깊숙이 묻혀 버린 그 진한 비밀들이 아픈 피 쏟으면서 빠알간 살 드러낸다 한 계절 여백을 채워도 가시 찔린 넋두리뿐 (송명·승려 시인) 더보기
풀꽃 풀꽃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詩 / 나태주 더보기
봄풍경과 시 민들레의 연가 은밀히 감겨 간 생각의 실타래를 밖으로 풀어내긴 어쩐지 허전해서 날마다 봄 하늘에 시를 쓰는 민들레 앉은뱅이 몸으로는 갈 길이 멀어 하얗게 머리 풀고 얇은 씨를 날리면 춤추는 나비들도 길 비켜 가네. 꽃씨만한 행복을 이마에 얹고 해에게 준 마음 후회 없어라. 혼자서 생각하다 혼자서 별을 헤다 땅에서 하늘에서 다시 피는 민들레 (이해인·수녀, 1945-) 개나리 / 이해인 눈웃음 가득히 봄 햇살 담고 봄 이야기 봄 이야기 너무 하고 싶어 잎새도 달지 않고 달려나온 네 잎의 별꽃 개나리꽃 주체할 수 없는 웃음을 길게도 늘어뜨렸구나 내가 가는 봄맞이 길 앞질러 가며 살아 피는 기쁨을 노래로 엮어 내는 샛노란 눈웃음 꽃 + 목련 그늘 아래서는 목련 아래를 지날 때는 가만가만 발소리를 죽인다 마른 .. 더보기
붉은 동백 붉은 동백 / 문태준 신라의 여승 설요는 꽃 피어 봄 마음 이리 설레 환속했다는데 나도 봄날에는 작은 절 풍경에 갇혀 우는 눈먼 물고기이고 싶더라 쩌렁쩌렁 해빙하는 저수지처럼 그렇게 큰 소리는 아니어도 봄밤에는 숨죽이듯 갇혀 울고 싶더라 먼발치서 한 사람을 공양하는 무정한 불목 하나로 살아도 봄날에는 사랑이 살짝 들키기도 해서 절마당에 핀 동백처럼 붉은 뺨이고 싶더라. . 어느 해 봄날 승합차를 대절해서 친구들과 지리산 화엄사에 갔다, 아침에 날씨가 화창하여 기분 좋게 출발했는데 지리산에 도착하니 비가 뿌리고 있다. 우리는 우산도 없이 머리만 안 젖으면 된다는 식으로 모자를 꾹 눌러쓰고 뛰어서 기념품 파는 곳에 갔다. 관광지에서 산 기념품이 집에 오면 잘 쓰이는 일은 그의 없는데 그럼에도 들뜬 기분에 모.. 더보기
바람이 분다 더보기
2월 2월 / 정연복 일 년 열두 달 중에 제일 키가 작지만 조금도 기죽지 않고 어리광을 피우지도 않는다 추운 겨울과 따뜻한 봄을 잇는 징검다리 역할 해마다 묵묵히 해낸다. 겨울이 아무리 길어도 기어코 봄은 찾아온다는 것 슬픔과 고통 너머 기쁨과 환희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그리 길지 않음을 가만가만 깨우쳐 준다. 이 세상의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이여 나를 딛고 새 희망 새 삶으로 나아가라고 자신의 등 아낌없이 내주고 땅에 바싹 엎드린 몸집은 작아도 마음은 무지무지 크고 착한 달. ********************** 2월입니다! 블친님들 가정에 좋은 일만 가득한 2월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더보기
성탄절을 앞두고 성탄절을 앞두고 / 박목월 이른 새벽에 일어나 내외가 돋보기를 서로 빌려가며 성경을 읽었다. 눈이 오고 있었다. "예수 그리스도의 나심은 이러하니라" 마태복은 1장 2장 읽을수록 그 신비 그 은총 너무나 감사해요 아멘. 그리스도의 탄생 안에서 우리는 거듭나고 차분한 마음으로 성경을 읽었다. 이 연령에 범죄할 리 없을 것 같다. 그럴수록 남은 여생을 얼룩 없이 살기를 다짐하며 우리들의 앞길에도 순결한 축복의 눈이 쌓이고 깨끗하기를 간구한다. 벌써 크리스마스가 가까왔군요. 그렇군. 올해 성탄절에는 성가대에 끼어 우리도 큰 소리로 구주 예수 오셨네를 부르며 골목을 누벼볼까요. 함박눈이 오고 있었다. 그리고 벌써부터 성탄절 새벽의 경건한 아침 공기가 방 안에 서려왔다. 더보기
12월의 독백 12월의 독백 오광수 남은 달력 한 장이 작은 바람에도 팔랑거리는 세월인데 한 해를 채웠다는 가슴은 내놓을 게 없습니다. 욕심을 버리자고 다잡은 마음이었는데 손 하나는 펼치면서 뒤에 감춘 손은 꼭 쥐고 있는 부끄러운 모습입니다. 비우면 채워지는 이치를 이젠 어렴풋이 알련만 한 치 앞도 모르는 숙맥이 되어 또 누굴 원망하며 미워합니다. 돌려보면 아쉬운 필름만이 허공에 돌고 다시 잡으려 손을 내밀어 봐도 기약의 언질도 받지 못한 채 빈손입니다. 그러나 그러나 말입니다. 해마다 이맘때쯤 텅 빈 가슴을 또 드러내어도 내년에는 더 나을 것 같은 마음이 드는데 어쩝니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