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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오솔길

늦가을의 행복 더보기
11월의 나무처럼 더보기
10월의 시 10월의 시 목필균 깊은 밤 별빛에 안테나를 대어놓고 편지를 씁니다 ​ 지금, 바람결에 날아드는 풀벌레 소리가 들리느냐고 온종일 마음을 떠나지 못하는 까닭 모를 서글픔이 서성거리던 하루가 너무 길었다고 ​ 회색 도시를 맴돌며 스스로 묶인 발목을 어쩌지 못해 마른 바람속에서 서 있는 것이 얼마나 고독한지 아느냐고 ​ 알아주지 않을 엄살 섞어가며 한 줄, 한 줄 편지를 씁니다 ​ 보내는 사람도 받을 사람도 누구라도 반가울 시월을 위해 내 먼저 안부를 전합니다. ♣ 구절초가 곱게 피는 10월입니다 이웃님들 모두 건강하시고 좋은 일만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더보기
8월 ​ 8월 / 반기룡 오동나무에 매달린 말매미 고성방가하며 대낮을 뜨겁게 달구고 ​ 방아깨비 풀숲에서 온종일 방아 찧으며 곤충채집 나온 눈길 피하느라 식은땀 줄줄 흐르고 ​ 푸르렀던 오동잎 엽록체 반란으로 자분 자분 색깔을 달리하고 ​ 무더위는 가을로 배턴 넘겨줄 예행연습에 한시름 놓지 못하고 태극기는 광복의 기쁨 영접하느라 더욱 펄럭이고 있는데 더보기
옛날의 그 집 옛날의 그 집 박경리 비자루병에 걸린 대추나무 수십 그루가 어느 날 일시에 죽어 자빠진 그 집 십오 년을 살았다 빈 창고같이 휑뎅그렁한 큰 집에 밤이 오면 소쩍새와 쑥국새가 울었고 연못의 맹꽁이는 목이 터져라 소리 지르던 이른 봄 그 집에서 나는 혼자 살았다 다행이 뜰은 넓어서 배추 심고 고추 심고 상추 심고 파 심고 고양이들과 함께 살았다 정붙이고 살았다 달빛이 스며드는 차가운 밤에는 이 세상의 끝의 끝으로 온 것 같이 무섭기도 했지만 책상 하나 원고지, 펜 하나가 나를 지탱해주었고 사마천을 생각하며 살았다 그 세월, 옛날의 그 집 그랬지 그랬었지 대문 밖에서는 늘 짐승들이 으르렁거렸다 늑대도 있었고 여우도 있었고 까치독사 하이에나도 있었지 모진 세월 가고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버리고.. 더보기
비가 와도 좋은 날 비가 와도 좋다 / 이외수 옛 사람을 기다리는 동안 창 밖에 비가 와도 좋다 밤은 넝마처럼 시름시름 앓다 흩어져 가고 자욱한 밤 안개 님의 입김으로 조용히 걷히우면 하늘엔 비가 와도 좋다 세상은 참 아프고 가파르지만 갈매기도 노래하며 물을 나는데 옛 사람이 그리울 때만은 창 밖에 주룩주룩 비가 와도 좋다 옷이 다 젖도록 비가 와도 좋다. 더보기
6월의 장미 6월의 장미 하늘은 고요하고 땅은 향기롭고 마음은 뜨겁다 6월의 장미가 내게 말을 건네옵니다 사소한 일로 우울할 적마다 '밝아져라' '맑아져라' 웃음을 재촉하는 장미 삶의 길에서 가장 가까운 이들이 사랑의 이름으로 무심히 찌르는 가시를 다시 가시로 찌르지 말아야 부드러운 꽃잎을 피워낼 수 있다고 누구를 한번씩 용서할 적마다 싱싱한 잎사귀가 돋아난다고 6월의 넝쿨장미들이 해 아래 나를 따라오며 자꾸만 말을 건네옵니다 사랑하는 이여 이 아름다운 장미의 계절에 내가 눈물 속에 피워 낸 기쁨 한 송이 받으시고 내내 행복하십시오 (이해인·수녀 시인, 1945-) 더보기
6월에 쓰는 편지 6월에 쓰는 편지 내 아이의 손바닥만큼 자란 6월의 진초록 감나무 잎사귀에 잎맥처럼 세세한 사연들 낱낱이 적어 그대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도무지 근원을 알 수 없는 지독하고도 쓸쓸한 이 그리움은 일찍이 저녁 무렵이면 어김없이 잘도 피어나던 분꽃 그 까만 씨앗처럼 박힌 그대의 주소 때문입니다 짧은 여름밤 서둘러 돌아가야 하는 초저녁별의 이야기와 갈참나무 숲에서 떠도는 바람의 잔기침과 지루한 한낮의 들꽃 이야기들일랑 부디 새벽의 이슬처럼 읽어 주십시오 절반의 계절을 담아 밑도 끝도 없는 사연 보내느니 아직도 그대 변함없이 그곳에 계시는지요 시 / 허후남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