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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오솔길/좋은 詩

한계령을 위한 연가

  사진 - 다음에서

                                                                                                      

 

한계령을 위한 연가

 

문 정 희

 

한겨울 못 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쯤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뉴스는 다투어 수십 년만의 풍요를 알리고

자동차들은 뒤뚱거리며

제 구멍들을 찾아가느라 법석이지만

한계령의 한계에 못 이긴 척 기꺼이 묶였으면.

 

오오, 눈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흰 것뿐인 동화의 나라에

발이 아니라 운명이 묶였으면.

 

이윽고 날이 어두워지면 풍요는

조금씩 공포로 변하고 현실은

두려움의 색채를 드리우기 시작하지만

헬리콥터가 나타났을 때에도

나는 결코 손을 흔들지는 않으리.

헬리콥터가 눈 속에 갇힌 야생 조들과

짐승들을 위해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시퍼렇게 살아 있는 젊은 심장을 향해

까만 포탄을 뿌려 대던 헬리콥터들이

고라니나 꿩들의 일용할 양식을 위해

자비롭게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나는 결코 옷자락을 보이지 않으리.

 

아름다운 한계령에 기꺼이 묶여

난생처음 짧은 축복에 몸 둘 바를 모르리.

 

 

 

※ 지구의 온난화 영향인지 소한이 지났는데 

   내가 사는 곳엔 눈이 한 번도 오지 않았다.

   눈이 오면 한계령은 못 가더라도

   직지사가 있는 황악산쯤 가서 눈 풍경을 담아와 

   블친님들께 보여드리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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