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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며 생각하며/사는 이야기

미용실 가는 길에 만난 모란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둘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네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둘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아파트 상가 주차장과 길 사이에 어른뼘으로 세 뼘 정도 넓이의 땅에다

지난해 누가 모란을 심어 꽃을 보여주더니 

 오늘 아침에 미용실 가면서 보니 지난 해 보다 더 꽃이 많이 피었다.

나는 꽃을 보는 순간 김영랑의 시 모란이 생각나서 속으로 외우며

모란을 폰에 담았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할 때마다 나오는 매연을 뒤집어쓰고도 꽃색이 저렇게 곱고 아름다운데

넓은 아파트 화단을 두고 이런 곳에다 모란을 심은 시람이 조금 원망스럽기도 하다.

꽃말도 고상하게  '부귀'와 '영화'라고 한다.

 

아파트 길건너편에 있는 미용실은 바쁘거나 시간이 없을 때 쉽게 가서 머리손질을 하는데

오늘도 부곡동 단골 미용실 가려고 맘은 먹었으나 어지러워 멀리까지 갈 형편이 못되어

가까운 곳에 가서 파마를 했더니....

혹시나가 역시나 가 되었다.

오는 25일 복지관 신관 개관식에 많은 손님이 오실텐데.....

차라리 파마하지 않고 긴 머리 그대로 있는 것이 좋을 뻔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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