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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며 생각하며/사는 이야기

후회

11월도 중순을 넘었다.

가을이 깊어가니 생각도 깊어지나 보다.

지난 한 해 보낸 날들이 주마등처럼 지나다 생각이 멈추는 곳이 있다.

지난봄 새 학기 중급반에 새로 들어온 남학생 한분이

팔과 다리에 딱지가 더덕더덕하고 상처를 긁을 때마다 하얀 각질이 떨어진다.

수업을 마치고 가고 나면 앉았던 자리에 하얗게 떨어진 각질이 있어

물휴지로 키보드와 마우스, 앉았던 의자 등을 닦으며 혼자 구시렁거리니

강사님이 듣고 피부병이 아니고 아토피라며 옮는 병이 아니라고 한다.

아토피든 피부병이든 다음 사람이 앉을 때는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이 분명해

그 학생 수업 마치고 가면 그 자리 닦는 것이 내 일이 되었다. 

 

그러다 2주 전부터 그 학생이 결석을 해서 웬일인가 은근히 걱정이 되었는데

어제 나와서 속으로 반가웠고 안심이 되었다.

 

그동안 결석한 이유를 물으니 병원에 입원했었다고

어디가 아픈가 물으니 췌장암이라고 한다.

그 말을 들고 아무 말도 못 하고 가슴만 먹먹했다.

온종일 췌장암이라는 말이 귀에 쟁쟁 울리며

그 학생 듣는데서는 마무말 안 했지만 은근 속으로 안 나왔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는데

췌장암이라는 말을 들으니 내가 좀 더 친절하게 잘 대해줬으면 좋았을 것을

그렇지 못한 것이 크게 후회가 된다.

 

어제 하루를 보내는 밤기도에

그 학생에게 친절하게 하지 못한 것을 회개하고

췌장암이 어서 나아서 복지관에 계속 나올 수 있게 해 주시기를

하나님께 간절하게 기도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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