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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며 생각하며/사는 이야기

퐁당 퐁당 연휴를 보내며...

어제저녁 산책하고 돌아오며 보니 지난번에 내린 비에 돌다리가 묻혔더니

금세 물이 빠져서 내 바닥이 드러난 곳이 있다.

 

나는 산책하고 돌아오며 석양이 지는 때가 참 좋다.

서쪽 하늘은 아직 노을이 남아 있고 여기저기서 불이 켜지는 풍경들이.... 

 

퐁당퐁당 연휴 중 하루는 옷정리를 했다.

늘 바쁘게 살면서 해야지~ 하며 미뤄둔 일이 많다.

겨울과 봄에 입었던 옷들이 그냥 옷방에 있어

세탁소에 갈 옷은 큰 보자기에 싸두고

봄에 두세 번 밖에 안 입은 겉옷은

베란다에 내어 걸어 햇빛과 바람을 쏘였다.

 

뒤집어서 앞뒤로  30분씩

바로 하여 앞 뒤로 30분씩 거풍을 하니

옷들이 보송보송하여 옷장에 넣어니 기분이 좋다. 

 

 

또 하루는 동네장에서 마늘을 샀다

50개 한 묶음이 지난 장에는 2만 원이라 했는데

오늘은 15,000원이라 한다

지난 장 보다 더 싸게 파네요?라고 하니

어서 팔고 치우려고요라고 했다.

오후 2시에 마늘을 사 와서 껍질을 벗기기 시작했는데 다 까고 나니 5시다.

손에 아무것도 안 끼고 그냥 했더니

양손 음지와 검지가 빨갛게 붓고 내손이 아닌 것 같이 감각이 없다.

작은 절구통에 빻아 지퍼백에 담으니 다섯 개가 나와서 냉동실에 넣었다.

 

 

지난가을에 사놓은 흰콩이 있어 콩고물을 만들려고 방앗간에 갔다.

방앗간 아주머니가 콩을 보더니 기름 짤 때 와야 가스가 덜 더는데

이 콩만 불 붙여 볶으려면 가스가 많이 던다고 잔소리를 한다.

아마 돈을 더 받으려고 하는 것 같아 나는 듣기만 하고 가만히 있으니

콩이 한 되 반 같은데 가스비가 올라서 두 되 값을 받아야겠다고 하기에

그렇게 하라고 했더니 싱긋이 웃으며 콩을 풀어 볶기 시작한다.

 

콩을 깨끗이 씻어서 베란다 문을 조금 열고 밤새 말렸다.

 

아주머니가 보시더니 콩을 씻으면 콩고물색이 깨끗하지 않다고 

다음부터는 씻지 말고 깨끗한 행주로 콩을 닦으라 하셨다.

콩을 볶을 동안 옆집 삼계탕집에 갔더니 문이 굳게 닫혔고

주인은 보이지 않고 꽃만 예쁘게 피었다.

 

방앗간 아주머니께 옆집에 아무도 없느냐고 물어니 

남편이 돌아가시고 장사도 그만두고 딸 내 집에 가서

손자들 돌봐준다고 한다.

 

 

제분기에 들어간 볶은 콩이 금방 가루가 되어 나왔다.

분홍 비닐봉지에 싸줘서 가지고 집에 와 지퍼백에 넣어니

딱 3개가 나왔다.

 

오후 카톡이 울려서 열어보니 큰아들이 수국 사진을 보냈다

점심을 먹고 산책을 나가니 수국이 피기 시작해서 찍어 보낸다고....

이렇게 퐁당퐁당 연휴도 끝이다.

흔히 하는 말이 징검다리 연휴라 하는데 

우리 친구들은 퐁당퐁당 연휴라고 하여 나도 퐁당퐁당이라 한다. 

이번 연휴는 미뤄둔 숙제를 많이 해서 마음이 참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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