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비가 내린다.
지난 밤새도록 끊임없이 비가 내리기에 아침에 베란다에서 내려다보니
앞 내에 물이 가득 실려 흐르고 있고,
나무들은 비에 깨끗이 씻겨 더욱 푸르고 싱그럽다.
월요일은 새벽예배를 쉬는 날이라 기도만 드리고,
연휴 마지막 날 아침의 여유를 즐기며
블로그를 뒤져보다가 수년 전 지리산 화엄사에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며 찍은 사진 한 장이 내 눈에 들어왔다
사진을 꺼내어 놓고 자세히 보니
사진 속에서 그 해 여름의 이야기가 솔솔 흘러나온다.
두 아들을 데리고 남도로 여행을 하고 마지막 날
지리산 화엄사에 들러 국보와 보물들을 보고 가면서
지리산 토속음식으로 점심을 들고 여행마무리를 하기로 했는데
아침부터 잔뜩 찌푸린 하늘이 화엄사에 도착하니
비가 주룩주룩 소나기로 내렸다.
우리는 소나기를 피하기로 하고
절집 대청마루에 걸터앉아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다.
마침 그날 화엄사에 행사가 있다고 비가 많이 오는데도
우산을 들고 숨이 차게 올라오는 신도들이 많았다.
힘들게 올라오면서도 다들 표정이 밝은 것은
염원하는 바를 성취하겠다는 소망이 있기에 다들 환한 표정들인 것 같다.
우리는 대청마루에 앉아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며
비 오는 산사의 풍경을 보는데
마루 창으로 보이는 풍경이 한 폭의 그림액자 같아 몇 장 담았다.
오늘 사진을 다시 보니 그때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고...
여유로운 이 아침이 내 마음에 평안과 행복함을 더해 준다.
2023년 5월 29일 비 오는 아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