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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며 생각하며/사는 이야기

새벽 꿈

 

 

지난밤 감기몸살인지 온 몸이 아파서 잠을 설치고

4시에 일어나 새벽기도 마치고 다시 누웠다가 잠이 들었다.

꿈에 학교 가다가 문둥이한테 쫓겨 도망가는 꿈을 꾸었는데

초등학교 다니며 가끔 나환자를 만난 적이 있는 그 논둑길이었다.

나는 부산 문현동에서 대연초등학교를 다녔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올 때 큰길로 오면 멀기 때문에 

질러 오는 길 논둑길을 택했다.

어떤 때는 두세 명이 함께 오고 혹 혼자올 때도 있었다

집에 올 때 며칠에 한 번은 오륙도에 사는 나환자를 만나는데

어깨에 잔뜩 짐을 메고 오는데 어린 생각에 범일동 시장에서 장을 봐 오는가 생각했다.

나는 눈에 보이기가 무섭게 걸음아 나살려라 하고 멀리 도망을 갔다

그런데 한 번도 나를 따라오지는 않았다.

아이들 말로는 어린아이를 잡아 간을 내어 먹으면 문둥병이 낫는다고

그래서 나환자를 만나면 멀리 도망을 가야 한다고 해서 무서웠다.

 

그렇게 얼마를 지나고 어느 날,

부산시청에 근무하시는 5촌 아저씨가 오셨다.

멀리 전남 소록도로 전근이 되어 가야 해  어머니께 인사하러 오셨단다.

어머니는 다과상을 내어 아저씨와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하시는데

슬며시 엿들으니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그곳으로 모시고 갈 수 없으니

누님이 옆에서 좀 돌봐 달라는 부탁이었다.

아저씨의 아버지는 우리 어머니 외삼촌이시니 어머니가 거절 할리가 없다.

 

나는 아저씨께 소록도가 뭐하는 곳인가 물으니 나환자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 하셨다.

그래서 하굣길에 나환자를 만나면 도망을 가는데 정말로 아이를 잡아먹는가 물으니

아저씨가 웃으시면서 한센병이 들어 그렇지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니 그렇게 생각지 말라고 하시며

'나병에 대한 상식'이라는 책을 한 권 주시며 읽어보라 하셨다.

어린 마음에 소록도에 가서 나환자들과 함께 지내다 아저씨도 문둥이가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되어

주신 책을 읽고 또 읽고...

그리고 아이들에게 나병에 대하여 그렇게 잘 옮는 병이 아니고

같은 온도에서 상처가 난 곳이 서로 부딪치면 옮는다고 가르쳐주고

아이 간을 빼먹는다는 건 거짓말이라고 이해를 시켰다.

 

내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들어가니 아저씨가 부산으로 다시 오셨다.

아저씨를 자세히 보니 가실 때보다 더 얼굴색도 좋고 건강해지셔서

나의 생각이 무색해서 웃음이 나왔다.

 

한 번도 꿈에 나오지 않았던 부산에서의 어린 시절이 왜 보일까....?

온종일 신경이 꿈속을 헤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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