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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며 생각하며/사는 이야기

구절초와 시

 

구절초 시편 / 박기섭

 

찻물을 올려놓고 가을 소식 듣습니다

살다 보면 웬만큼은 떫은 물이 든다지만

먼 그대 생각에 온통 짓무르어 터진 앞섶

못다 여민 앞섶에도 한 사나흘 비는 오고

마을에서 멀어질수록 허기를 버리는 강

내 몸은 그 강가 돌밭 잔돌로나 앉습니다

두어 평 꽃밭마저 차마 가꾸지 못해

눈먼 하 세월에 절간 하나 지어 놓고

구절초 구절초 같은 차 한 잔을 올립니다.

 

 

구절초 / 유안진

 

들꽃처럼 나는

욕심 없이 살지만

그리움이 많아서

한이 깊은 여자

서리 걷힌 아침나절

풀밭에 서면

가사장삼(袈娑長衫) 입은

비구니의 행렬

그 틈에 끼어든

나는

구절초

다사로는 오늘 별은

성자(聖者)의 미소

 

 

구절초 / 박용래

 

누이야 가을이 오는 길목 구절초 매디매디 나부끼는 사랑아

내 고장 부소산 기슭에 지천으로 피는 사랑아

뿌리를 내려서 약으로도 먹던 기억

여학생이 부르면 마아가렛

여름 모자 차양이 숨었는 꽃

단추 구명에 달아도 머리핀 대신 꽂아도 좋을 사랑아

여우가 우는 秋分 도깨비불이 스러진 자리에 피는 사랑아

누이야 가을이 오는 길목 매디매디 눈물 바친 사랑아

 

 

구절초 꽃 / 김용택

 

하루 해가 다 저문 강가로

산그늘을 따라서 걷다 보면은

해 저무는 물가에는 바람이 일고

물결들이 밀려오는 강기슭에는

구절초 꽃 새하얀 구절초 꽃이

물결보다 잔잔하게 피었습니다

구절초 꽃아 피면은 기을 오고요

구절초 꽃 지면은 가을 가는데

하루 해가 다 저문 저녁 강가에

산 너머 그 너머 검은 산 너머

서늘한 저녁 달만 떠오릅니다

구절초 꽃 새하얀 구절초 꽃에

달빛만 하얗게 모여듭니다

소쩍새만 서럽게 울어댑니다

 

 

10월을 구절초로 열려고 공원에 갔더니

아직 절반 이상이 봉오리로 그냥 있고,

먼저 핀 꽃을 골라 담고 있는데

손등에 까만 것이 붙더니 금방 못 견디게 가려웠다.

 

자세히 보니 풀 속에 사는 모기인 것 같다,

나는 손등을 실컷 뜯기고 더 참을 수가 없어

"세상에 공짜가 없다더니 여기서도 그 말이 실감 나네~

이 꽃 좀 찍어 가겠다는데 이렇게 까지 물어뜯어야겠어? "라고 모기에게 고함 한번 지르고

풀 속에서 나와 손등을 보니 발갛게 여러 곳이 부풀었고

따갑고 가려워서 더 지체 할수가 없어 모기에게 손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10월도 이웃님들 가정과 사업에 크신 축복 있으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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