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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며 생각하며/사는 이야기

수다

사진 - 인터넷에서

                                                                                                                        

 

 

집콕 한지가 한 달이 되니 풀어질 데로 풀어져 생활이 불규칙하다.

월말이면 우체국 볼일이 있어 가는데,

아직 월말까지는 한 열흘 남았어도 어영부영하다 넘길까 봐 

오늘 맘먹고 가서 일찍 볼일을 마치고 오다가 아파트 산책로에서 신권사를 만났다.

"어, 신 권사! 운동 나왔어?"

"응 어디 갔다 와?"

" 나, 우체국에..."

약속한 것처럼 자연스럽게 두 사람이 등나무 아래 의자에 가 앉았다.

"우리 두 주를 못 만났네 그지?" 하니

"그러네~코로나 때문에 비대면 예배를 드리니

얼굴들을 볼 수가 있어야지 교회 소식도 궁금하고....."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 말도 마~ 답답해서 죽겠어~"

이렇게 주거니 받거니 끝없이 대화가 이어졌다.

 

우리의 대화에는 교회 이야기, 친구들 이야기, 나중에는 자식들 이야기까지

한 시간쯤 수다를 떨다 보니 두 사람이 아는 인물들은 다 대화 속에 등장했다.

11시가 지나 점심때가 가까우니 신 권사가 "점심은 뭘 해 먹지..."라고 혼잣말을 하더니

점심 메뉴를 정했다는 듯

"권사님, 우리 집에 가서 콩나물 밥 해 먹자 양념간장 맛있게 만들어 비벼먹으면 맛있을 거야."

나는 생각해 보지도 않고

"어어엉~" 하며 고개를 저었다.

음식 솜씨가 좋아 교회 큰 잔치가 있을 때 주방일을 도맡아 한 신권사인데

점심을 해 준다는데 왜 가지 않겠는가....

생각 없이 고개부터 저은 것은 일 년이 넘게 코로나 때문에 모든 생활이 제약을 받아서 

몸이 먼저 답을 한 것 같다.

신권사는 의외의 대답에 순간 당황하는 기색이더니

바로 "그렇지? 요즘은 남의 집 가기가 조심스럽지...."라고 한다.

우리가 코로나로 인해 이런 사이가 됐는가 생각하니 쓴웃음이 나와 웃었더니

신 권사가 " 이렇게 만나 수다를 떨고 나니 마음이 시원하네~ 자주 만나 수다라도 떨자고...." 하여

"응! 그래 내가 자주 나올게 나도 실컷 얘기하고 나니 맘이 즐겁네~ "라고 하며 손 흔들고 헤어졌다.

집에 와서 오후 내~ 우리들의 대화가 귀에 맴맴 돌아서 심심하지 않게 하루를 보내며

코로나 시대에 수다의 power가 이렇게 대단하다는 걸 깨달았다.

 

2021년 5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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