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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며 생각하며/사는 이야기

어버이 날의 소감

 

어제 받은 카네이션

 

 

띵~똥~!!

현관문을 살며시 여니 커다란 카네이션이 문 안으로 쑥~~

깜짝 놀라 보니 며느리가 제 얼굴에 꽃잎을 두르고 턱 아래 푸른 잎을 달아서

카네이션을 만들어 '사랑합니다'라는 글과 함께  불쑥 들어선 것이다.

순간 나는 어리둥절해서 그냥 가만히 있으니 아들이 "주일학교 유치부에서 만든 거래요~"라고 하며

예쁜 카네이션 화분을 건내며 "늦어서 죄송합니다, 어제 왔어야 하는데..."

피치 못할 일이 생겨서 못 내려와 죄송하다며 가지고  온 물건들을 풀어놓는다.

며느리는 대전○○교회 유치부 부장을 수년간 맡아 봉사하는데,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그런지 내가 보기는 어린이 같을 때가 많다.

 

해마다 어버이 날이 오면 생각나는 할머니가 있다,

아주 오래 된 일인데 그 해 어버이 날은 김천 장날이었다.

장날 아침이면 시골에서 농사지은 채소며 과일 등을 이고 지고 나와서

장이 서는 길 옆에다 전을 펴는데,

키가 나즉한 할머니 한분도 머리에 무겁게 채소 보따리를 이고 장에 들어서시는데

가슴에 카네이션이 주렁주렁 여러 개가 달려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우습던지 할머니가 채소를 풀어놓을 때까지 옆에 서서 보다가

펴놓은 채소중에 미나리와 상추를 조금씩 사면서

"할머니 카네이션 꽃을 누가 그렇게 많이 달아드렸어요?"라고 물었더니

" 아, 이거 우리 손자들이 핵교에서 맨들어 왔어".

"손자가 몇인데요?" 라고 하니 "한동네 사는 딸네 손자도 있고... 많아...".라고 하시면서

자랑스럽게 카네이션을 만지시며 얼굴에 함박꽃 웃음이 활짝 피었다.

 

그때 얼마나 천진스럽게 웃으시던지....  그 얼굴과 가슴에 단 여러 개의 카네이션이

해마다 카네이션 철이 되면 잊히지 않고 떠 올라 나를 웃게 만든다.

 

2021년 5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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