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선화 - 김상옥
비 오자 장독간에 봉선화가 반만 벌어
해마다 피는 꽃을 나만 두고 볼 것인가
세세한 사연을 적어 누님께 보내자.
누님이 편지 보며 하마 울까 웃으실까
눈앞에 삼삼이는 고향집을 그리시고
손톱에 꽃물들이던 그 날 생각하시리.
양지에 마주 앉아 실로 찬찬 매어주던
하얀 손가락 가락이 연붉은 그 손톱을
지금은 꿈속에 본 듯 힘줄만이 서노나.
아파트 화단에 봉선화가 피기 시작한다.
해마다 봉선화를 보면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
어릴 적 우리 집 화단에는 여러 가지 색의 봉선화가 있었다.
봉선화는 한해만 심어놓으면 꽃씨가 떨어져 다음 해에도 나서 꽃을 피웠다.
딸들에게 유난하셨던 우리 어머니는
봉선화가 피면 꽃과 잎을 따서 햇볕에 뜨거워진 장독 위에 놓았다가
시들면 소금과 백반을 넣고 찧어 잠자리 들기 전 두 동생과 나의 손톱에 얹고
아주까리 잎으로 감싸고 실로 찬찬 매어 주셨는데,
자다가 꽃이 빠져나갈까 봐 잠을 설친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2020년 6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