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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며 생각하며/사는 이야기

정애

어제 오후 잠시 쉬고 있는데 우리 교회 목사님께서 전화를 하셨다.

그 내용은 정애라는 여자분이 권사님의 전화번호를 묻기에

그분의 전화번호를 남기면 권사님께 전하겠다고 하셨다며

정애를 아시냐고 물으셨다.

 

목사님께 정애 폰번을 받고 한참 동안 옛일이 생각나서 

혼자 앉아 상념에 잠겼다.

정애는 12살 때부터 18살까지 내가 데리고 있었던 아이인데

어느 날 정애 아버지가 어린 정애를 데리고 찾아와서

이 아이를 좀 맡아달라고 자기는 술주정뱅이고 집은 가난해서

세끼를 다 먹일 수 없으니 지금은 어리지만 몇 해 안 가서

제 밥값 할 수 있을 거라며 두고 가겠다고 하며

나의 말도 들어보지 않고 아이만 남기고 정애 아버지는 바람같이 휙~나가버렸다.

나는 그 아이에게 너의 집이 어디냐고 물어니 추풍령이라고 하고

여기서 일하는 성철이 오빠를 잘 안다고 하며

가족은 부모와 남동생 여동생이 있고 아버지는 매일 술만 드시고 

엄마는 남의 일을 다닌다고 또렷하게 말을 했다.

너 우리 집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아줌마 나가시면 가게도 지키고 심부름도 하고 뭐든 잘할 수 있으니

여기서 살게 해 달라고.....

 

일이 이렇게 되니 정애를 내가 데리고 있을 수밖에 없어

목욕탕에 데리고 가서 아주머니에게 애를 좀 씻겨서 보내달라고 부탁을 하고 

오는 길에 시장 옷가게에 들러 정애에게 맞을 옷을 사 왔다

 

씻겨서 새 옷을 입히니 귀여워서 바로 정이 간다.

그렇게 6년을 데리고 있을 동안 아이가 눈치가 있어 제가 할 일도 잘 알아 하여

무난하게 지냈는데,

그동안에 정애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나니 정애 엄마가 우리 집에 자주 드나들었다.

정애가 18살이 된 어느 날 정애엄마는 정애를 데리고 가겠다고 했다.

자기 자식을 데려가겠다는데 안된다고 할 수 없어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으니

정애 엄마는 당장 보따리 싸서 가자고 정애에게 재축을 했다.

정애 엄마에게 정애를 보내 줄 테니 먼저 올라가라고 하고

정애에게 너 집에 가고 싶으냐고 물어니 집에 가는 게 아니고

엄마가 부잣집 식모로 주기로 하고 돈을 받아서 어쩔 수 없이 가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정애를 보내고 한동안 아이가 눈에 삼삼하여 생각이 뜸 할 때까지

많이 힘들었다.

 

정애는 이집저집 저 엄마가 가라는 집으로 다니다가 결혼을 했고

결혼하고도 생활에 어려움이 많아 가끔 전화로 하소연을 했다.

그렇게 지내다 코로나가 오고는  소식이 끊겼는데

내 소식이 궁금하여 집전화로 하니 전화가 안되어 나를 따라 간 교회가 생각이 나서

목사님께 물었다고 하며 그동안의 이야기를 끝이 없이 하여

봄에 내려와서 며칠 있다 가라고 달래어 전화를 끊었다.

 

 

 

눈 내리는 시골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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