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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며 생각하며/사는 이야기

옛 이야기

 

농고 메타쉐콰이어 길

 

 

어제 교회 가다가 메타쉐콰이어 길을 보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한 해가 저무는 12월, 지난 열한 달 동안 또 어떤 사연들을 보고 듣고도 말 한마디 없이 저렇게 서 있을까?

한해를 잘 겪은 나무들이 대견하기까지 하다.

저 메타쉐콰이어 길은,

사랑하는 사람들이 손을 잡고 사랑이야기를 나누며 걷기도하고,

또 고향을 찾아온 분들이 학창 시절의 추억을 더듬으며 저 길에 와서 걷기도 하고...

요즘은 농로로 드나드는 경운기와 작은 트럭들이 다니는 것도 가끔 보였다.

이곳 사람들은 저 길을 농고(옛날 농업고등학교가 지금은 생명 과학고가 되었다)

메타쉐콰이어 길이라고 부른다.

저 길을 지나 조금만 가면 지금의 생명과학고등학교가 있다.

 

내가 30대 후반에 사업을 시작한 것이 여자가 하기는 좀 벅찬 직업이었다.

그럼에도 30대의 용기로 시작하고 보니 애로점이 많았는데

반면에 도와주는 분들도 많았다.

그중에 한 분이 우리 외삼촌과 중고등학교 동창이었던 이선생님이시다.

이선생님의 전직은 고등학교 선생님이셨는데 같은직장 여선생님과 사랑하다 말썽이 나자

사표를 던지고 나오셨다고 들었다.

내가 뵀을 때는 시 역사편찬위원으로 일하고 계셨는데,

가끔씩 들러 어려운 점은 없는가?라고 물으셨다.

그러면 이러이러한 점이 힘들다고 하면 그에 대한 해결책을 일러주곤 하셨다.

 

 어느 날 시간이 넉넉하셨는지

여유롭게 앉아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하시는데,

술 한잔 하고 억울하고 분 한일이 생각날 때면 밤에 농고 메타쉐콰이어길에 가신다고,

그기 가셔서 뭘 하시느냐고 물으니

나무를 자기를 괴롭힌 대상으로 여기고  발로 차며 욕을 한다고,

나무는 대꾸도 하지 않고 또 듣는 사람도 없으니 맘 놓고 속에 응어리가 풀릴 때까지 

차고 때리고 욕을 하다 온다고....

나는 처음 들을 때 폭소가 터졌다.

그리고 생각을 해 봤다, 저렇게 스트레스를 해소하며 사시는 분도 있구나 싶어....

 

그 많은 세월을 나무는 묵묵히 길을 내어 주고 서 있다.

그동안 저 길을 지나던 사람들은 지금은 세상에서 볼 수 없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나는 교회에 도착할 동안 옛일이 필름처럼 머릿속에서 돌아가고 있어 

머리를 흔들어 생각을 지우고 웃으며 차에서 내리니

안내하는 권사님이 나를보고 권사님 기분 좋은 일이 있어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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