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살며 생각하며/사는 이야기

할머니와 정자

       

 금요일 첫 시간은 내가 여유를 부려도 되는 시간이다.

        남산 공원에 가려고 나서니 길가 집집마다 과일나무에 과일이 주렁주렁 달려 

        가을을 기다리고.... 꽃들도 늦여름 햇볕을 즐기며 곱게 피어있다.

       나는 나오기를 잘했다 싶어 모자도 양산도 안 쓰고 햇볕을 맨얼굴로 받으며 

       활기차게 양팔을 흔들며 공원엘 올라갔다.

       

       공원을 한 바퀴 돌며  사진 몇 장 담는데,

      아직 시간이 9시 조금 지났는데 정자에 할머니 한분이 앉아 계신다.

       할머니 옆으로 가서 "할머니 왜 혼자 이러고 계세요?"라고 물으니

       아무 표정 없이 "응! 조금 있으면 동네 할마씨들이 나와~"라고 하신다.

       나는 "예~~ "라고 대답을 하고 뒤돌아 오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떠 오른다.

     

 자식들이 다 외지에 있고 혼자 사시는 할머니가 날이 새자마자 답답해서

밖으로 나와 계시는 건가....

      아니면 며느리와 사이가 안 좋아 며느리 얼굴 보기가 싫어 아침밥 한술 뜨고

바로 나오신 건지.....

      암튼, 표정에서 가슴에 사연을 품은 할머니가 틀림없어 보였다.

 

나는 정자를 뒤로 하고 전시관 뒤편으로 갔다가 다시 돌아 나오는데 

그때까지 부동자세로 저렇게 앉아 계신다.

할머니 뒷모습을 보며 내 마음에 스르르 쓸쓸한 감정이 스쳐간다.

누군들 노년에 쓸쓸하게 살고 싶은 이가 있겠냐 마는,

자식들 어릴 때는 자식들만 잘 자라 좋은 학교 보내면 그것이 최고인 줄 알고

노후 대책은 생각도 못하고 열심히 살다가

노년에는 혼자 또는 둘이 어렵게 사는 가정들이 더러 있다.

저 할머니는 어느 케이스일까?.

나는 공원길을 걸으며  복잡한 공상에 잠겨 있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시간이 꽤 흘렀다.

2교시 수업엔 들어가야 하는데.....

 

2022년 8월 19일

 

'♣ 살며 생각하며 >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시 찾아 간 남산공원  (30) 2022.09.03
병원 간 날의 일기  (30) 2022.08.29
남도 여행 - 낙안 읍성  (38) 2022.08.18
무궁화  (37) 2022.08.15
강구항  (56) 2022.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