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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오솔길/좋은 詩

12월의 기도

 
12월의 기도 - 목필균 
마지막 달력을 벽에 겁니다. 
얼굴에 잔주름 늘어나고 
흰 머리카락이 더 많이 섞이고 
마음도 많이 낡아져가며 
무사히 여기까지 걸어왔습니다. 
한 치 앞도 모른다는 세상살이 
일 초의 건너뜀도 용서치 않고 
또박또박 품고 온 발자국의 무게 
여기다 풀어놓습니다. 
재 얼굴에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는 
지천명으로 가는 마지막 한 달은 
숨이 찹니다. 
겨울 바람 앞에도 
붉은 입술 감추지 못하는 장미처럼 
질기게도 허욕을 쫓는 어리석은 나를 
묵묵히 지켜보아 주는 굵은 나무들에게 
올해 마지막 반성문을 써 봅니다. 
추종하는 신은 누구라고 이름짓지 않아도 
어둠 타고 오는 아득한 별빛 같이 
날마다 몸을 바꾸는 달빛 같이 
때가 되면 이별할 줄 아는 사람이 되겠다는 
마음의 기도로 12월을 벽에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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