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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오솔길/좋은 詩

설에 관한 시와 설경

 

김종길 시인의 '설날 아침에'

 

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또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 쉬고

파릇한 미나리 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뜻한 한 잔 술과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그것만으로도 푸지고 고마운 것이라 생각하라.

세상은 험난하고 각박하다지만 그러나 세상은 살 만한 곳.

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 좀 더 착하고 슬기로울 것을 생각하라.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한 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

어린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

 

 

이해인 수녀님의 '설날 아침'

 

햇빛 한 접시 떡국 한 그릇에 나이 한 살 더 먹고

나는 이제 어디로 가는 것일까요

아빠도 엄마도 하늘에 가고 안 계신 이 세상

우리 집은 어디일까요

일 년 내내 꼬까옷 입고 살 줄 알았던 어린 시절

그 집으로 다시 가고 싶네요

식구들 모두 모여 앉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인사 나누던 그때처럼

 

 

이정희 시인의 '가래떡'  

 

흰 눈이 내려앉은 밤 창밖에 밤새도록 땔감 넣는 소리

아궁이에 불 밝히고 긴 떡을 뽑는다.

하얀 김이 서린 방 안 가득 절구에 찧는 소리,

떡을 썰어 놓는 소리 고소한 냄새가 겨울을 녹인다.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정갈한 마음으로 떡을 빚는다.

긴 떡 한 가닥에 소망을 담아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한다.

 

 

오탁번 시인의 '설날' 

 

설날 차례 지내고

음복 한 잔 하면 보고 싶은 어머니 얼굴

내 볼 물들이며 떠오른다.

설날 아침 막내 손 시릴까 봐

아득한 저승의 숨결로

벙어리장갑 뜨고 계신 나의 어머니.

 

눈이 귀한 곳에 사는 내가 안되어 보였는지

용인에 내린 눈을 친구가 사진 찍어 보내줬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가정이 편안하시며 건강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맑은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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