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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오솔길/좋은 詩

겨울 나무

 

 

 

겨울나무 / 서정윤

 

겨울엔 나무가 죽어 있다

메마른 바람이

삶의 번뇌로 나뭇가지에 매달리고

지나간 계절의 영화로움

추억으로 떨어져 썩어가는 자리에

새로운 눈이 숨어있다

언제나 우리는 돌아서서 헤매고

늦게 만나는 쓸쓸한 날은

얼마나 절망적인가

다시 일어서 홀로일 수 있다면

낙엽으로 버려진 추억들이

바람 속에서 하나씩 꽃으로 살아

하늘로 하늘로 올라간다

언제나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나무가 겨울엔 죽어 있다

나무처럼

 

 

 

 

겨울나무로 서서 / 목필균

   

나 이젠 서슴없이 동안거에 들어갈까 해

고단한 허울 다 벗어놓고

홀가분한 가슴이 되는 거야

 

영하로 내려갈수록

바람의 뼈대를 세우고

한 계절 온전히 견딜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부산한 세상 바람

단단히 걸어 잠그고

침묵의 동안거로 들어서는 내겐

겨울은 가장 평화로운 나라이지

 

 

 

겨울나무와 달 / 박인혜

 

깊은 밤,

나뭇잎 벗은

추운 가지

하늘로 뻗어

허공을 저을 때

밝은 미소

따스히 머금은

달빛,

가지로 스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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