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 서 정 주 -
섭섭하게,
그러나
아조 섭섭지는 말고
좀 섭섭한 듯만 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
蓮꽃
만나러 가는
바람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엊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 아니라
한두 철 전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이 시는 언뜻 읽으면 모호하다. 천천히 정독을 하면 이별에 대하여 한결 성숙한 자세를 배우게 된다.
섭섭하지만 아주 섭섭하지는 말라고 달래는 어조다.
불교의 윤회사상을 빌려 생각하면 어느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날 수 있으니
서로 철천지원수는 되지 말자는 그런 의미로 다가온다.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에는 희망이 있다.
그러나 ‘만나고 가는 바람’은 기약이 없어 쓸쓸하다. 하지만 극과 극은 통한다지 않던가.
아무리 슬픔이 복받치는 이별일지라도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게끔 위로하듯이 다독거린다.
만약 지금 이 세상을 한 떨기의 연꽃으로 본다면 당신과 나, 우리는 모두 그 연꽃을 잠시 잠깐 만나고 있는
바람에 불과하지 않을까 싶다.
글 - 시니어 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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