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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며 생각하며/사는 이야기

갈대와 함께한 산책길

겨울 들어 운동도 안 하고 집에 오면 잠만 잤더니

몸이 나올 데와 안 나올 데 구분도 못하고 이상하게 변한다.

외모 변하는 건 그렇다 치고...

내장 비만이니 어쩌고 하면 골치 아픈 일이라 싶어

날씨가 추워도 옷 단단히 입고 운동을 나갔다.

아파트 앞 시냇가에 도보길과 자전거 길이 있어

시냇가 따라 걷기로 하고 나섰다.

 

시냇가에는 12월 들어 계속되는 추위에 풀꽃들은 다 얼어 죽고

머리가 하얗게 쉰 갈대만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평소 가든 길 보다 더 멀리 갔더니 그곳엔 갈대가 더 많아 폰으로 담아 왔다.

 

갈대 / 신경림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갈대 / 김혜영

 

갈 데까지 가본 사람은 안다

갈대는

푸른 독기가 사라져야 비로소 갈대의 모습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넘어지고

흔들어서 욕망도 사랑도

그리움마저 털어내야

갈대가 된다는 것을

가장 가볍게

가장 순결하게

갈 데가 정해진

갈대가 된다는 것을

 

 

 

친구 / 나태주

 

바람은 갈대의 친구

갈대들 온종일

심심하게 서 있을 때

바람이 찾아와 놀아준다

 

갈대는 친구가 좋아

춤추기도 하고

노래 부르기도 한다

 

 

갈대 -그것은 꿈이었다 /정완영

 

흩을 만큼 흩었으니 세월도 허허롭고

울만큼 울었으니 흰 터럭이 눈부시다

꺾이고 부러진 후라야 갈대라고 하느니.

 

억새꽃 / 오세영

 

흐르는 것이 어디 강물뿐이랴

계곡의

굽이치는 억새꽃밭 보노라면

꽃들도 강물임을 이제 알겠다

갈바람 불어

석양에 반짝이는 은빛

물결의 일렁임,

억새꽃은 흘러 흘러

어디를 가나

위로위로 거슬로 산등성 올라

어디를 가나

물의 아름다움이 환생해 꽃이라면

억새꽃은 정녕

하늘로 흐르는 강물이다

 

 

 

갈대 / 노향림

 

강변둔치에서 갈대들이 무슨 생각에 빠져들었는지

얕은 물속에 몸 거꾸로 박혀 섰다

멀리 지나가는 자동차의 긴 행렬을 멍하니 바라본다

고개를 외로 꼬고 허리를 비틀어 꺾다가

공연히 누웠다 일어셨다가

쏴아 바람소리 흘려보낸다

풀물 빠진 가을이 그 뒤의 언덕에

멍이 든 채 앉아 있다

 

 

돌아오는 길에 야생화 공원에 가 봤더니

화려하게 피었던 꽃들은 다 말라죽었고

낙엽더미 속에 노란 소국이 남아 피어있어

그야말로 동지섣달 꽃 본 듯이라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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