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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며 생각하며/사는 이야기

가을비 내리는 날

오후 2시쯤 집에 오니 전기톱으로 무엇을 자르는 소리가 

찌리~릭~ 하며 아파트 벽까지 울려 도저히 앉아 있을 수가 없어

몇 층에서 나는가 나가보니 바로 아래층에서 욕실 개조한다고 뜯어 내는 소리다.

나는 그 소리가 싫어서 죽을 것 같아도 이웃사촌이라 하니 뭐라 할 수도 없고,

내가 집에서 얼른 나가는 수밖에.....

도망하듯 코트를 입고 엘리베이터를 타니 아랫집 공사하시는 아저씨도 함께 탔다

저 시끄러운 소리가 언제 그치느냐고 물었더니 며칠 공사를 해야 된단다.

나도 모르게 한숨이 후유~나왔다.

 

 

아파트 현관 옆에 서있는 단풍나무에

가을비가 촉촉이 내리니 단풍잎이 그대로

소롯이 땅으로 내려앉았다.

 

 

냇가로 가니 언제 왔는지 청둥오리들이 물 위를 빙글빙글 돌고

어떤 놈은 자맥질을 하고...

나는 청둥오리들 노는 모습을 보니 귓전에 남아 있는 쇠톱소리가 사라졌다.

 

 

가랑비가 솔솔 오는 길 1Km 거리 되는 길을 걷고 되돌아오는데

유모차를 밀고 가시는 할머니를 만났다.

이 길은 산책로가 넓어 평소에 대여섯 분씩 모여 유모차를 밀며 걷기 운동을 하시는데

오늘은 혼자 걸으시기에

할머니 오늘은 왜 혼자 나오셨어요?라고 물으니

비가 와서 그런지 한 사람도 안 나오네~하시며

운동 다 했소?라고 묻는다.

나는 네~라고 대답하니

그럼 어서 들어가소~라고 하시며 내 옆을 지나가신다.

 

 

나는 그 자리에 서서 할머니 뒷모습을 보니

등이 불쑥 솟아오르도록 굽어셨다.

겨우 유모차에 의지하고 걸으시는 그 모습에 

할머니의 젊은 시절이 필름처럼 지나가며

집에 도착할 때까지 할머니의 굽은 등이 떠나지를 않았다.

 

         2023년 11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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