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2시쯤 집에 오니 전기톱으로 무엇을 자르는 소리가
찌리~릭~ 하며 아파트 벽까지 울려 도저히 앉아 있을 수가 없어
몇 층에서 나는가 나가보니 바로 아래층에서 욕실 개조한다고 뜯어 내는 소리다.
나는 그 소리가 싫어서 죽을 것 같아도 이웃사촌이라 하니 뭐라 할 수도 없고,
내가 집에서 얼른 나가는 수밖에.....
도망하듯 코트를 입고 엘리베이터를 타니 아랫집 공사하시는 아저씨도 함께 탔다
저 시끄러운 소리가 언제 그치느냐고 물었더니 며칠 공사를 해야 된단다.
나도 모르게 한숨이 후유~나왔다.
아파트 현관 옆에 서있는 단풍나무에
가을비가 촉촉이 내리니 단풍잎이 그대로
소롯이 땅으로 내려앉았다.
냇가로 가니 언제 왔는지 청둥오리들이 물 위를 빙글빙글 돌고
어떤 놈은 자맥질을 하고...
나는 청둥오리들 노는 모습을 보니 귓전에 남아 있는 쇠톱소리가 사라졌다.
가랑비가 솔솔 오는 길 1Km 거리 되는 길을 걷고 되돌아오는데
유모차를 밀고 가시는 할머니를 만났다.
이 길은 산책로가 넓어 평소에 대여섯 분씩 모여 유모차를 밀며 걷기 운동을 하시는데
오늘은 혼자 걸으시기에
할머니 오늘은 왜 혼자 나오셨어요?라고 물으니
비가 와서 그런지 한 사람도 안 나오네~하시며
운동 다 했소?라고 묻는다.
나는 네~라고 대답하니
그럼 어서 들어가소~라고 하시며 내 옆을 지나가신다.
나는 그 자리에 서서 할머니 뒷모습을 보니
등이 불쑥 솟아오르도록 굽어셨다.
겨우 유모차에 의지하고 걸으시는 그 모습에
할머니의 젊은 시절이 필름처럼 지나가며
집에 도착할 때까지 할머니의 굽은 등이 떠나지를 않았다.
2023년 11월 28일
'♣ 살며 생각하며 >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장을 건강하게 (0) | 2023.12.06 |
---|---|
12월의 이야기 (0) | 2023.12.02 |
떠나는 가을의 뒷모습 (58) | 2023.11.24 |
컴퓨터 중급 2반 기념사진 (34) | 2023.11.21 |
첫눈 (32) | 2023.11.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