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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며 생각하며/사는 이야기

첫눈

첫눈 오는 날 만나자

​                   

                      정호승

​어머니가 싸리빗자루로 쓸어 놓은 눈길을 걸어

누구의 발자국 하나 찍히지 않은 순백의 골목을 지나

새들의 발자국 같은 흰 발자국을 남기며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러 가자

 

팔짱을 끼고

더러 눈길에 미끄러지기도 하면서

가난한 아저씨가 연탄 화덕 앞에 쭈그리고 앉아

목장갑 낀 손으로 구워 놓은 군밤을

더러 사 먹기도 하면서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눈물이 나도록 웃으며 눈길을 걸어가자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을 기다린다

아직도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약속하는 사람들 때문에

첫눈은 내린다

 

세상에 눈이 내린다는 것과

눈 내리는 거리를 걸을 수 있다는 것은

그 얼마나 큰 축복인가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커피를 마시고

눈 내리는 기차역 부근을 서성거리자.

 

첫눈에 관한 정호승 님의 시 한 편을 올립니다.

 

 

 

지난밤 자다가 몇 번 창밖을 내다봐도

눈이 올 기미도 안보이더니

새벽에 잠이 든 사이 눈이 살짝 내렸다

 

수요일 신장 검사해 놓은 결과가 나왔으니 오라는 문자를 받고

 더 안 좋으면 어쩌나 싶어 마음이 불안하다. 

일찍 아침을 들고 병원에 가려고 나가니

국화꽃 위에도 눈이 소복이 내렸다.

 

↓ 105동 화단의 동백꽃 위에도 눈이 내려

   애기동백 한송이가 피려고 얼굴을 내밀다

   차가운 눈에 깜짝 놀라 다시 숨는다.

 

병원에 도착하니 오늘도 내 앞에  일곱 명이 와있다

10분쯤 기다리니 몇 사람 건너뛰어 내 이름을 불러서

간호사에게 나인가 물으니 맞다고 원장실에 들어가라고 한다.

 

원장님이 나를 보더니 환하게 웃으시며

이제 걱정 안 하셔도 되겠다고,

지난여름 신장기능이 많이 떨어진 것이 코로나 때문 같다고 하며

정말 괜찮으니 지금처럼 생활하시면 된다고........

 

 

건강하다는 의사 선생님 말씀에 너무 기뻐서  

호두과자 사러 가서 주인장을 붙들고

오늘 병원결과를 말하니 호두집 주인장도

"축하한다"고 하며 함께 기뻐 해 줬다.

 

집에 오는 길 옆 단풍나무도 얼굴을 붉히며

잘 됐다고 손을 흔들어 주고.....

 

      2023년 11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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