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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오솔길/좋은 詩

봉선화

봉선화

           김상욱

 

비 오자 장독간에 봉선화 반만 벌어

해마다 피는 꽃을 나만 두고 볼 것인가

세세한 사연을 적어 누님께로 보내자

 

누님이 편지 보면 하마 울까 웃으실까

눈앞에 삼삼이는 고향 집을 그리시고

손톱에 꽃물들이던 그날 생각하시리

 

양지에 마주 앉아 실로 찬찬 매어 주던

하얀 손 가락가락이 연붉은 그 손톱을

지금은 꿈속에 보듯 힘줄만이 서누나

 

 

 

 

 

 

어릴 때 자란 시골집에는 어머니가 화단을 크게 만들어

키 작은 채송화부터 키가 큰 다알리아까지 없는 꽃 없이 다 심어

봄부터 가을까지 꽃이 피면 화단이 화려했다.

특히 봉선화는 채송화 다음줄에 심어 여러 가지 색의 꽃을 보는데

한여름 햇볕이 뜨거울 땐 봉선화 꽃과 잎을 따서 장독 위에 올려놓고

저녁때쯤 꽃과 잎이 시들해지면 백반과 소금을 조금 넣어 찧어서

넓은 아주까리 잎에 싸둔다.

초저녁  마당 평상에서 할머니의 옛날이야기를 듣기 시작하면  

내가 잠들기 전에 어머니는 봉선화 찧은 것을 손톱마다 얹어 흐트러지지 않게 매어주셨다.

그리고...

아침 일찍 내 손톱에 맨 봉선화를 끌러주시며 곱게 들었구나 하시면서 좋아하셨다.

 

해마다 봉선화가 피면 어릴 적 우리 집 화단이 떠오르고

내 손톱을 보시며 곱게 들었구나 하시던 어머니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2023년 8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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