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넘어가기전 한참은 / 김소월
해 넘어 가기전 한참은
하염 없기도 그지 없다,
연주홍물 엎지른 하늘위에
바람의 힌 비둘기 나돌으며 나무가지는 운다.
해 넘어 가기전 한참은
조미조미 하기도 끝없다,
저의 맘을 제가 스스로 느꾸는 이는 福있나니
아서라, 피곤한 길손은 자리 잡고 쉴지어다.
가마귀 좇닌다
鐘소리 비낀다.
송아지가 "음마"하고 부른다
개는 하늘을 쳐다보며 짖는다.
해 넘어 가기전 한참은
처량하기도 짝 없다
마을앞 개천가의 體肢큰 느티나무 아래를
그늘진데라 찾아 나가서 숨어 울다 올꺼나.
해 넘어 가기전 한참은
귀엽기도 더하다.
그렇거든 자네도 이리 좀 오시게
검은 가사로 몸을 싸고 念佛이나 외우지 않으랴.
해 넘어 가기전 한참은
유난히 多精도 할세라
고요히 서서 물모루 모루모루
치마폭 번쩍 펼쳐들고 반겨 오는 저달을 보시오.
* 조미조미 : 조마조마하다.
* 느꾸는 : 느꾸다. "눅다"의 사역형인 "눅이다"의 방언. 마음을 풀리게 하고 성질을 너그럽게 하다.
* 좇닌다 : 쫓니다. 서로 쫓거니 따르거니 하며 노닐다.
* 體肢 체지 : 나무의 그루터기.
* 물모루: 강물이 흘러가다가 모가 져서 굽이도는 곳.
원본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