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짓달 보름 밤 풍경
세모
엄원태
한 해가 저문다
파도 같은 날들이 철썩이며 지나간다
지금, 또 누가
남은 하루마져 밀어내고 있다
가고픈 곳 가지 못했고
보고픈 사람 만나지 못했다
생활이란 게 그렇다
다만, 밥물처럼 끓어 넘치는 그리움 있다
막 돋아난 초저녁별에 묻는다
왜 평화가 상처와 고통을 거쳐서야
이윽고 오는지를
지금은 세상 바람이 별에 가 닿는 시간
초승달이 먼저 눈 떠 그걸 가만히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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