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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오솔길/좋은 詩

세모


                                                                                                                            동짓달 보름 밤 풍경




세모

              엄원태


한 해가 저문다

파도 같은 날들이 철썩이며 지나간다

지금, 또 누가

남은 하루마져 밀어내고 있다

가고픈 곳 가지 못했고

보고픈 사람 만나지 못했다

생활이란 게 그렇다

다만, 밥물처럼 끓어 넘치는 그리움 있다

막 돋아난 초저녁별에 묻는다

왜 평화가 상처와 고통을 거쳐서야

이윽고 오는지를

지금은 세상 바람이 별에 가 닿는 시간

초승달이 먼저 눈 떠 그걸 가만히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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