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문학의 오솔길/좋은 詩

동치미

                                                                                                        사진 - 인터넷에서

 

동치미

 

감곡에 사는 여자들이

꽃 피는 원서헌에 놀러왔다

국수 말아 점심 먹고

술기운이 노을빛으로 물들 때

찰칵찰칵 사진을 찍었다

 

내 옆에 선 여자가 살갑게 말했다

- 이래도 되죠?

내 팔짱을 꼭 꼈다

- 더 꼭!

사진 찍는 여자가 호들갑을 떨었다

 

이럴 때면 나는

마냥 달콤한 생각에

폭 빠진다

- 나랑 사랑이 하고 싶은 걸까

 

헤어질 때

또 팔짱을 꼭 꼈다

나는 살짝 속삭였다

- 나랑 同寢(동침)이 하고 싶지?

 

속삭이는 내 말을 듣고

그 여자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 동치미 먹고 싶으세요?

허허, 나는 꼭 이렇다니까

 

오탁번 (1943~,충북 제천)

'♣ 문학의 오솔길 > 좋은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같이  (0) 2020.07.07
치자꽃  (0) 2020.06.17
6월  (0) 2020.05.31
봄날도 환한 봄날  (0) 2020.05.23
먹은 죄  (0) 2020.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