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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오솔길/좋은 詩

찔레꽃






고향 찔레꽃 - 박종영


별처럼 서러운 꽃
언제나 고향 언덕배기에서 핀다

청보리 배를 불리는 오월
알싸한 향기는 절망의 벽을 넘어
골고루 후미진 들녘에 퍼진다

달빛 부서지는 외로운 밤
떠나간 이별 하얀 웃음으로 달래는 향기,
그 향기 가슴에 담아보면
순이도 보이고,
철수도 보이고,

어느새,
은빛 왕관으로 치장하는 흘러간 청춘이
높고 푸른 허공에 쏘아 올리는 세월,
그리움이다.






찔레꽃 - 조병화     

  

찔레꽃이 한창 피어서

냄새가 가득히 감도는 이 산장의 길을

혼자 걷는다는 것은 서운한 일이어라

 

하얗게 찔레꽃이 피어서

냄새가 만발하는 이 산장의 길을

혼자 걷는다는 것은 허전한 일이어라

 

오월도 늦어 여름으로 접어드는

푸른 이 계절, 송이송이 하얗게 피어서

냄새가 진동하는 이 찔레 핀 길을

혼자 걷는다는 것은 황홀한 고독이어라

 

시를 쓰며, 시를 사는 사람에게

찔레꽃은 하늘의 맑은 선물이려니

 

서운함도, 허전함도, 황홀한 고독도

하늘의 맑은 은총이려니

아, 시인은 하늘이 보살펴 주는

맑은 나그네이련가.





찔레꽃 - 이해인


아프다 아프다하고

아무리 외쳐도

괜찮다 괜찮다하며

마구 꺽으려는 손길때문에

나의 상처는

가시가 되었습니다.


오랜 세월 남모르게

내가 쏟은

하얀 피

하얀 눈물

한데 모여 향기가 되었다고


사랑은 원래

아픈것이라고

당신이 내게 말하는 순간

나의 삶은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축복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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